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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가 2023년 12월 작성한 ‘GTX 청량리역 환승센터 타당성 평가 및 기본계획 수립 최종보고서’와, 동대문구가 2026년 8월 작성한 ‘GTX청량리역 지하 버스환승센터 타당성 개선방안 연구용역 최종보고회 개최 결과 보고’. 2023년 B/C 0.11 논란 이후 동대문구가 별도 용역에 나섰지만, 2026년 최종보고에서는 ‘경제성 확보 한계’와 ‘사업 필요성 재검토’ 의견이 제시됐다. 자료=서울시·서울시 정보소통광장 |
청량리역 지하 버스환승센터의 사업성을 개선하겠다며 동대문구가 4천만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실시한 연구용역이 결국 ‘경제성 확보가 어렵고 사업 필요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마무리됐다.
동대문이슈가 서울시 정보소통광장에 공개된 동대문구 결재문서 ‘GTX청량리역 지하 버스환승센터 타당성 개선방안 연구용역 최종보고회 개최 계획’과 ‘최종보고회 개최 결과 보고’를 확인한 결과, 이번 용역은 2026년 1월 5일부터 9월 1일까지 8개월간 진행됐으며 용역비는 4,089만2천원이다.
주요 과업은 경제성 하락 원인 분석, 청량리역 특수성을 반영한 평가요소 검토, 사업성 개선방안과 입지 잠재력 검토 등이었다.
서울시 정보소통광장 ‘최종보고회 개최 계획’ 문건에 따르면 최종보고회는 8월 19일 오후 4시30분 동대문구청 기획상황실에서 열리도록 계획됐다. 이후 작성된 결과보고서에는 구청장과 부구청장, 스마트교통국장, 관련 부서장과 용역사가 참석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최종 결과는 ‘타당성 개선방안’이라는 용역 이름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보고서는 환승거리 증가와 과다한 공사비를 구조적 한계로 들며 경제성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수요 증가와 도시계획을 반영해도 의미 있는 경제성 확보가 곤란하고, GTX·지하철 1호선 연계 측면에서는 기존 왕산로 위치가 가장 효율적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보고회에서는 ‘사업 필요성 재검토’ 의견까지 제시됐고, GTX 출입구와 기존 환승체계, 보행동선·교통체계 개선 중심의 대안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이번 기사는 당시 보고회 현장의 분위기나 질의응답 전 과정을 예단하지 않고 서울시 정보소통광장에 공개된 동대문구 공식 결재문서를 중심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이 용역의 출발점이다.
서울시가 앞서 산출한 B/C(비용편익비) 0.11이 애초 청량리역 복합환승센터 전체 구상을 제대로 평가한 수치였느냐는 문제는 이미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2025년 2월 남궁역 당시 서울시의원이 이 문제를 따져 묻자 여장권 서울시 교통실장은 당초 GTX-B·C와 버스, 지하철 1호선 등을 아우르는 통합환승센터와 통합대합실을 구상했지만, GTX 수직동선 체계 변경이 어렵다는 국토교통부 회신에 따라 통합대합실을 제외했다고 답했다.
이어 B/C 0.11에 대해서도 통합대합실을 제외하고 사실상 버스를 지하 2층에 넣는 계획 일부만 반영해 경제성을 따지다 보니 나온 수치라고 설명했다. 또 GTX-B·C가 들어오면 현재 환승·보행체계로는 부족해 환승센터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 ([
서울특별시의회][1])
서울시 스스로 B/C 0.11이 당초 복합환승센터 전체 구상을 온전히 반영한 값은 아니라는 점과 환승센터 필요성을 함께 설명한 셈이다.
그렇다면 당시 동대문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했다.
0.11이라는 숫자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산정 전제부터 따지고, GTX·지하철·청량리역 지상철도·버스를 제대로 연결한 통합환승체계를 다시 설계해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재평가와 사업 정상화를 요구했어야 한다.
그러나 B/C 산정의 한계와 환승센터 필요성이 공식 회의장에서 확인된 이후에도 동대문구는 사태의 시급성에 걸맞은 공세적 대응보다 다시 별도의 용역을 선택했다.
경제성 논란 속에서도 과거 ‘순항 중’이라는 취지의 홍보가 이어졌고, 이제는 4천만원이 넘는 용역 끝에 다시 ‘사업 필요성 재검토’라는 결론을 받아들었다.
‘용역 중’, ‘검토 중’, ‘순항 중’이라는 말이 문제 해결을 대신할 수는 없다. 골든타임을 놓친 뒤 “용역 결과가 그렇다”고 한다면 대책이라기보다 책임 회피에 가깝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대안이다.
최종보고회에서는 청량리 미주상가·미주아파트 재건축 과정에서 지하공간을 활용해 광역버스 회차와 환승공간을 확보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활용한 민간개발 연계방안도 제시됐다.
그러나 같은 보고서는 ‘사업주체 부재 및 코레일·민간 참여 의지 부족’을 문제로 적시하고 있다.
민간 참여가 쉽지 않다고 진단하면서 다시 민간아파트 지하공간을 대안으로 꺼낸 셈이다.
실제 아파트 지하로 광역버스가 진입하거나 회차한다면 소음·진동·안전·차량 출입·재산권 등 주민들이 따져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그런데 결과보고서의 사전 검토 항목에는 주민설명회와 의견청취가 모두 ‘무’, 민원발생 가능성 역시 ‘무’로 표시돼 있다.
주민 수용성에 대한 충분한 확인 없이 민간아파트 지하 활용을 대안으로 거론했다면 그 현실성부터 다시 물어야 한다.
자료 공개 방식도 납득하기 어렵다.
서울시 정보소통광장에서는 이 같은 동대문구 결재문서를 확인할 수 있다. 결과보고 문서에는 문서번호 ‘교통행정과-100635’, 결재일자 ‘2026년 8월 21일’, 공개여부 ‘부분공개’가 명시돼 있다.
그런데 정작 사업 당사자인 동대문구가 4천만원이 넘는 주민 세금이 투입된 용역에서 ‘사업 필요성 재검토’까지 나왔다는 사실을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설명하지 않는다면 책임 있는 행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머리만 수풀 속에 처박으면 몸까지 보이지 않을 것이라 여기는 꿩처럼, 알리지 않는다고 이미 공개된 행정자료와 그 안의 문제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역 정치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역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현수막과 공약을 통해 청량리복합환승센터 건설을 약속했고, 주민들은 그 말을 믿으며 청량리역이 거대한 복합교통거점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를 품어왔다.
장밋빛 청사진을 내걸 때는 앞다퉈 나섰던 정치권과 행정이 정작 사업이 흔들리고 ‘필요성 재검토’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는 주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비공개 회의와 용역 결과 뒤에서 어물어물 넘어가려 한다면 책임 있는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
잘될 때만 공약이고, 어려워지면 용역 뒤에 숨을 수는 없다.
다만 책임의 시점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사업이 흔들리고 B/C 0.11이라는 경고등이 켜졌던 당시, 문제를 바로잡고 사업을 살릴 책임이 있었던 정치인과 공무원, 정책 결정에 관여한 이들은 훗날 ‘동대문구의 100년 먹거리를 놓친 사람들’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현재 구정은 당시 B/C 0.11이 만들어진 과정의 직접적인 책임 주체와는 다르다. 이번 최종보고 역시 현 구정이 보고받고 대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그렇다고 현재 구정이 앞으로의 책임까지 면제받는 것은 아니다.
이미 B/C 산정의 한계와 이번 용역의 문제점이 드러난 이상, 이를 묵살하거나 단순히 ‘사업 필요성 재검토’라는 결론으로 접어버린다면 그것 역시 책임 있는 태도라고 볼 수 없다.
과거의 책임은 과거에 묻되, 현재의 책임은 지금 무엇을 하느냐로 평가받는다.
청량리복합환승센터는 단순한 교통시설 하나가 아니다.
청량리역은 GTX와 지하철, 일반철도, 광역버스가 집중되고 앞으로 GTX-B·C와 면목선까지 더해질 경우 서울 동북권의 교통과 도시구조를 바꿀 수 있는 핵심 거점이다.
지역 정치인과 공무원이 해야 할 일은 낮은 B/C를 보고받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평가 전제를 따지고 새로운 통합환승안을 만들어 서울시·국토교통부·코레일을 상대로 끝까지 관철하는 일이다.
그 목적은 환승센터 하나를 짓는 데서 끝날 일도 아니다.
청량리역으로 몰려드는 교통의 흐름을 청량리시장·경동시장·서울약령시장 등 주변 상권과 문화·관광자원, 도시개발로 연결해 사람들이 갈아타고 떠나는 역이 아니라 일부러 내려 머물고 소비하는 ‘내리는 역’으로 만들어야 한다.
교통정책이 곧 상권정책이고 도시개발이며, 동대문구의 장기 성장전략인 이유다.
청량리복합환승센터가 제대로 추진된다면 향후 수십 년, 나아가 동대문구의 이른바 ‘100년 먹거리’를 만들어낼 기반이 될 수 있다.
그런 사업을 두고 불완전한 B/C 수치에 매몰돼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채 ‘재검토’로 물러선다면 그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훗날 청량리역의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다는 평가가 내려질 때 동대문구의 역사는 냉정하게 물을 것이다.
“누가 청량리역의 기회를 놓쳤는가.”
당시 기회를 살릴 책임이 있었던 이들은 과거의 대응으로 평가받을 것이고, 현재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이들은 지금 이 문제를 어떻게 바로잡느냐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한서』에는 ‘곡돌사신(曲突徙薪)’이라는 고사가 나온다. 불이 나기 전에 굴뚝을 고치고 장작을 옮기라고 충고했지만 주인은 듣지 않았다. 결국 불이 난 뒤에야 사람들은 부산을 떨었다.
청량리복합환승센터도 마찬가지였다.
사업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B/C 0.11이라는 경고등이 켜졌을 때, 그때가 바로 굴뚝을 고치고 장작을 옮길 때였다.
"꽃은 다시 심으면 된다. 그러나 한번 놓친 철도와 도시의 기회는 영원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아닐까."
※ 자료출처 : 서울시 정보소통광장 공개 동대문구 결재문서 ‘GTX청량리역 지하 버스환승센터 타당성 개선방안 연구용역 최종보고회 개최 계획’ 및 ‘최종보고회 개최 결과 보고’, 서울특별시의회 제328회 임시회 시정질문 회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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