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곡초등학교 앞 자녀안심숲 화단에 또 도둑이 들었다.
그냥 눈으로 보고 지나가면 될 꽃들을, 누군가는 큰삽까지 들고 와 벌써 여러 곳을 파헤쳐 놓았다. 한두 포기가 아니다. 꽃이 예쁘게 핀 자리를 낮에 눈여겨봤다가 밤에 다시 와 퍼간 듯, 현장 곳곳에는 깊게 찍힌 삽자국이 처참하게 남아 있다.
말없이 넘어가니 도둑질도 점점 대담해지는 모양이다.
동네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의 짓이라는 말도 나온다. 어느 자리에 어떤 꽃이 심겨 있는지, 사람들 눈이 뜸한 시간대가 언제인지 훤히 아는 ‘면식범의 소행 아니겠느냐’는 주민들의 씁쓸한 말까지 들린다.
이 자녀안심숲은 전곡초등학교와 동부교육지원청 사이 약 85m 구간에 조성된 공간으로, 아이들의 안전한 통학 환경과 주민 쉼터 조성을 위해 국비와 시비 등 총 1억5천만원이 투입돼 지난해 11월 15일 어렵게 완공됐다.
삭막했던 길가에 꽃이 피기 시작하자 주민들은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으며 봄을 담아갔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 꽃마저 자신의 욕심으로 뜯어갔다.
꽃 몇 포기 훔쳐간다고 봄까지 훔쳐갈 수는 없다.
하지만 공동체의 양심은 단 한 번의 삽질에도 무너질 수 있다.
공공의 공간에 심어진 꽃은 특정 개인의 화분이 아니다.
아이들과 주민 모두의 세금으로 만들고, 모두의 마음으로 가꾸는 공동의 풍경이다.
그걸 밤중에 몰래 퍼가는 손은 단순히 화초 몇 포기를 훔친 것이 아니다.
아이들의 통학길을 훔치고, 주민들의 쉼터를 훔치고, 공동체의 최소한의 양심까지 훔쳐가는 일이다.
관계당국은 CCTV 확인 등을 통해 반드시 행위자를 찾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관련 영상을 공개해서라도 재발을 막아야 한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어느 주민이 세금으로 만든 공공시설을 믿고 아끼겠는가.
꽃은 다시 심으면 된다.
하지만 부끄러움을 잃어버린 도시는, 다시 피어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