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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이 본 6·3 지방선거,

2026-05-30 00:49 | 입력 : 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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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전투표 2일차, 권세보다 민생, 당파보다 주민을 묻다



生年不滿百 常懷千歲憂
 백 년도 다 못 사는 주제에 천 년의 근심을 안고 살아간다.  - 김삿갓 -

6·3 지방선거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사전투표는 2일차를 맞았다.

거리마다 후보들의 현수막이 나부끼고, 확성기에서는 저마다 지역 발전과 주민 행복을 약속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정당들은 승리를 이야기하고, 후보들은 미래를 말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김삿갓이 떠올랐다.

조선 후기 세도정치의 한복판에서 태어나 평생을 권력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야 했던 방랑 시인. 명문가의 후손으로 태어났지만 권력의 허망함과 인간의 욕망이 빚어낸 비극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경험한 인물이다. 그는 결국 벼슬길 대신 전국을 떠돌며 세상과 권력을 풍자하는 길을 선택했다.

김삿갓이 살던 시대는 세도정치의 시대였다. 노론과 소론, 벽파와 시파가 나라를 걱정한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권력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백성을 위한다는 명분은 넘쳐났지만 정작 백성의 삶은 뒤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200여 년이 지난 오늘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당파의 이름은 바뀌었고 정치의 형태도 변했다. 그러나 선거철이 되면 여전히 정당은 사람보다 앞서고, 공천은 정책보다 앞서며, 계파는 주민보다 앞서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 후보들은 많고 정당도 많다. 하지만 주민들이 진정 궁금한 것은 어느 당이 이기느냐가 아니라 누가 지역을 위해 더 성실하게 일할 사람인가 하는 점이다.

지방선거는 원래 동네 살림을 맡길 일꾼을 뽑는 선거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중앙정치의 대리전이 되고, 정당 간 세력 경쟁의 무대가 되고, 때로는 서로를 향한 비난과 공격이 정책 경쟁을 대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김삿갓은 방랑길에서 권세와 허세를 누구보다 통렬하게 비웃었다. 그의 삶은 한 편의 풍자시였다. 세도정치의 화려한 권력도, 명문가의 명예도 결국은 한순간의 바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그는 몸소 보여주었다.


浮雲富貴非吾事(부운부귀비오사)
뜬구름 같은 부귀는 내 일이 아니요
流水光陰任去來(유수광음임거래)
흐르는 세월은 오고 감에 맡길 뿐이라


영원할 것 같던 권력도 세월 앞에서는 한순간이고, 높은 벼슬도 결국 한 줌 흙으로 돌아간다.

생전 그는 정처 없이 전국을 떠돌았고, 끝내 타향의 한 객지에서 생을 마감했다. 비록 세상의 중심에 서지는 못했지만, 권력에 기대지 않았고 당파에 몸을 맡기지도 않았다. 때로는 외롭고 궁핍했을지언정 자신이 옳다고 믿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선거철마다 거세게 몰아치는 정당의 바람과 세력의 물결을 바라보노라면, 문득 김삿갓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어느 편에 서기보다 세상을 바라보고, 누구의 목소리를 대신하기보다 스스로의 눈으로 보고 기록하며, 때로는 불편한 진실도 외면하지 않았던 방랑 시인의 모습 말이다.

권세가 있는 곳보다 사람 사는 곳을 먼저 바라보고, 화려한 구호보다 서민들의 한숨과 웃음에 귀를 기울였던 그의 시선처럼, 세상의 소란한 편 가르기 속에서도 결국 남는 것은 주민들의 삶과 진실뿐일 것이다.

선거철이면 사람들은 늘 승자를 이야기한다. 누가 앞서고, 누가 이기고, 어느 정당이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김삿갓이 바라본 세상은 달랐다. 그가 풍자한 것은 승패가 아니라 권력에 취한 인간의 어리석음이었고, 당파가 아니라 백성의 삶을 외면하는 정치였다.

주민들의 일상은 선거가 끝난 뒤에도 계속된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상인들은 가게 문을 열고, 직장인들은 다시 출근길에 오른다. 결국 선거의 가치는 누가 이겼느냐가 아니라 주민들의 삶이 얼마나 나아졌느냐로 평가받는다.

백 년도 채 살지 못하는 인간이 천 년의 권력을 탐하고, 천 년의 명예를 꿈꾸며 다투는 모습. 어쩌면 그것이 김삿갓이 바라본 세상이었고, 오늘날 선거판의 풍경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은지 모른다.

이제 유권자들의 시간이다. 

정당의 깃발보다 사람을 보고, 구호보다 실천을 보고, 말보다 삶의 궤적을 살펴야 할 때다. 선거는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게임이 아니다. 지역의 미래를 맡길 사람을 선택하는 과정이다.

사전투표소로 향하는 발걸음은 조용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한 표는 작은 종이 한 장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는 지역의 미래와 주민의 바람, 그리고 정치에 대한 준엄한 평가가 담겨 있다.

선거는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게임이 아니다. 지역의 미래를 맡길 사람을 선택하는 과정이다. 백 년도 못 사는 사람들이 천 년의 권력을 다투는 사이, 유권자의 한 표는 다시 역사를 선택한다.

6·3 지방선거 D-4, 사전투표 2일차.

김삿갓이 오늘의 선거판을 바라본다면 어떤 말을 남겼을까. 

아마도 특유의 풍자와 냉소를 담아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벼슬은 높아도 백성의 눈물을 모르면 허수아비요, 말은 화려해도 실천이 없으면 빈 깃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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