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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9기, 목민관께 드리는 편지

2026-07-11 11:15 | 입력 : 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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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살은 덜고 속도는 높여라…행정 혁신은 선택이 아닌 시대적 과제"

6·3 지방선거가 끝나 전국 243명의 지방자치단체장이 새롭게 선택된 지도 어느덧 40여 일이 흘렀습니다. 선거는 끝났고, 이제는 구호가 아니라 행정으로, 말이 아니라 성과로 평가받아야 할 시간입니다.

며칠 전 어느 고을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멀리서 바라본 관가는 반듯하고 웅장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니 분주히 오가는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모두 맡은 일을 성실히 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이 백성을 위해 있는 것인지, 백성이 일을 위해 있는 것인지."

고을 살림을 맡은 이 한 사람은 성실했습니다. 두 사람이 모이면 의논을 하고, 세 사람이 모이면 회의를 했습니다. 네 사람이 모이면 협의체를 만들고, 다섯 사람이 모이면 보고서를 준비했습니다. 

백성은 하루를 기다리는데 서류는 결재를 기다리고, 결재는 회의를 기다리며, 회의는 또 다음 회의를 기다리더이다. 그 사이 백성은 여전히 답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람도 군살이 붙으면 몸이 무거워지듯 조직도 몸집만 커지면 걸음이 느려집니다. 혁신은 사람을 더 늘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군살을 덜어내고 낡은 관행을 바꾸는 데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예부터 무사안일(無事安逸)은 가장 경계해야 할 병이라 했습니다. 일을 하지 않아 편한 것이 아니라 변화를 두려워하고 익숙함에 머무는 마음이 더 큰 병이라는 뜻일 것입니다.

더욱이 지금은 AI 시대입니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열 사람이 하던 일을 사무자동화가 대신했고, 이제는 인공지능이 백 사람이 하던 일까지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보고서 초안 작성, 자료 정리, 통계 분석, 회의록 작성 등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업무는 이미 AI가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행합니다.

그런데도 AI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여전히 사람이 붙잡고 있다면 그것은 행정의 속도도, 가성비도 떨어뜨리는 일입니다. 사람이 해야 할 일은 AI가 할 수 없는 일이어야 합니다. 정책을 고민하고, 주민을 만나고, 갈등을 조정하고, 현장에서 답을 찾는 일, 그것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정입니다.

행정혁신은 사람을 더 늘리는 것이 아니라 AI가 할 일은 AI에게 맡기고, 사람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데 있습니다. 그것이 예산을 아끼는 길이며, 공직의 전문성과 품격을 높이는 길이고, 백성이 체감하는 행정의 속도를 높이는 길입니다.

가성비란 적은 비용으로 더 큰 효과를 내는 것입니다. 행정도 다르지 않습니다. 같은 예산으로 더 큰 만족을 주는 행정이 가장 훌륭한 행정입니다. 헛된 형식 하나를 줄이면 백성의 시간이 늘어나고, 불필요한 절차 하나를 덜면 행정의 신뢰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목민관께서는 부디 보고서보다 현장을 먼저 살피시고, 관행보다 변화를 먼저 선택하시며, 조직의 크기보다 백성의 웃음을 먼저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좋은 행정은 요란하지 않습니다. 백성이 "참 편해졌다."고 말하는 순간, 그보다 큰 행정의 성공은 없을 것입니다.

끝으로 작은 바람 하나를 남깁니다.

"큰 배는 방향을 잃으면 더디 가는 것이 아니라, 더 크게 헤맨다."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몸집을 키우는 것보다 방향을 바로 세우는 일이 먼저입니다. AI 시대에도 사람이 AI처럼 일한다면 그것은 사람의 낭비이고 행정의 낭비입니다. 사람은 AI가 할 수 없는 일을 할 때 가장 가치 있습니다.

그날이 오면 관가는 더욱 가벼워지고, 백성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백성은 비로소 "좋은 목민관을 만났다."고 말하게 될 것입니다.

어느 길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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