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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칠석(七月七夕) — 오작교에서 그들은 무슨 말을 했을까」

2026-08-24 19:06 | 입력 : 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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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하나를 사이에 둔 천년의 기다림…한·중·일에 전해진 견우와 직녀, 그리고 오작교의 인연

이미지 출처  챗지피티 힘을 빌렸습니다
▲이미지 출처 / 챗지피티 힘을 빌렸습니다.

오늘이 음력 7월 12일입니다. 그러고 보니 닷새 전이 음력 7월 7일로 칠월칠석(七月七夕)이었네요. 바쁘게 살다 그냥 지나쳤는데 뒤늦게 달력을 들여다보다 문득 어린 시절 들었던 견우와 직녀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일 년에 단 하루,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살아가는 두 사람이 까치와 까마귀가 놓아준 오작교(烏鵲橋)를 건너 만나는 날입니다.

어릴 때는 그저 애틋한 옛날이야기로 들었습니다. 그런데 세월을 조금 살아보고 나니 이야기가 달리 들립니다. 일 년을 기다려 겨우 하루를 만나고, 만나면서부터 다시 헤어질 시간을 생각해야 했던 두 사람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견우와 직녀 이야기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중국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견우와 직녀의 전설이 우리나라와 일본으로 전해지면서 각 나라의 풍속과 정서를 만나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중국에서는 ‘우랑직녀(牛郎織女)’라 부릅니다. 소를 돌보는 목동 우랑(牛郎)과 베를 짜는 즈뉘(織女)가 만나 사랑하고 부부가 되지만, 결국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살게 됩니다. 서로 사랑하면서도 만날 수 없는 두 사람을 위해 해마다 음력 7월 7일이면 까치들이 은하수 위에 다리를 놓아 만나게 해준다는 이야기가 널리 전해졌습니다.

견우성과 직녀성을 바라보며 사랑과 이별을 떠올린 중국 사람들의 상상은 아주 오래됐습니다. 고대 『시경(詩經)』에도 견우성과 직녀성이 등장하고, 한대의 「고시십구수(古詩十九首)」에 이르면 두 별은 서로 그리워하면서도 만나지 못하는 남녀의 모습으로 더욱 애틋하게 그려집니다.

迢迢牽牛星(초초견우성)
皎皎河漢女(교교하한녀)

아득히 먼 견우성이여,
밝고 고운 은하의 직녀여.

그리고 마지막 두 구절은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읽어도 마음을 붙잡습니다.

盈盈一水間(영영일수간)
脈脈不得語(맥맥부득어)

맑은 물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애틋하게 바라볼 뿐 말조차 건네지 못하네.

견우와 직녀의 슬픔은 단지 멀리 떨어져 있다는 데만 있지 않았을 것입니다. 보고 싶은 사람은 바로 저편에 있는데 서로 바라볼 수만 있고 건너갈 수 없습니다.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거리, 그래서 ‘脈脈不得語’, 그저 애틋하게 바라볼 뿐 말조차 건네지 못합니다.

이 이야기가 우리나라로 전해지면서 우리네 정(情)과 한(恨)이 더해졌습니다. 우리에게도 견우는 소를 돌보고 직녀는 베를 짜는 존재로 친숙합니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져 맡은 일을 소홀히 하자 벌을 받아 은하수 양쪽으로 떨어져 살게 되고, 일 년에 한 번 칠석날에야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널리 전해졌지요.

그 만남을 가능하게 해준 것이 바로 오작교(烏鵲橋)입니다. 칠석이 되면 지상의 까치와 까마귀들이 하늘로 올라가 서로 몸을 이어 은하수 위에 다리를 놓아준다고 했습니다. 칠석 무렵 까치 머리의 털이 벗겨진 것을 보고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를 건너며 밟았기 때문이라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생겨났습니다.

비에도 사연을 붙였습니다. 칠석날 비가 내리면 두 사람이 마침내 만나 기뻐 흘리는 눈물이라 했고, 이튿날 비가 내리면 다시 헤어져야 하는 슬픔에 흘리는 눈물이라고도 했습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빗방울 하나에도 만남과 이별의 사연을 담았으니, 우리 조상들의 정서가 참 애틋합니다.

같은 이야기는 바다를 건너 일본에도 전해졌습니다. 일본에서는 칠석을 ‘다나바타(七夕)’라 하고, 직녀는 오리히메(織姫), 견우는 히코보시(彦星)라 부릅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전승에서는 오리히메가 하늘의 신 덴테이(天帝)의 딸로 부지런히 베를 짜고, 히코보시는 소를 돌봅니다. 두 사람이 만나 사랑하고 혼인한 뒤 서로에게 빠져 맡은 일을 소홀히 하자 덴테이가 노하여 두 사람을 은하수 ‘아마노가와(天の川)’ 양쪽으로 갈라놓습니다. 그러나 딸의 슬픔을 가엾게 여겨 일 년에 한 번, 7월 7일에는 만날 수 있도록 허락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일본의 다나바타는 세월이 흐르며 ‘소원을 비는 날’이라는 풍속과도 결합했습니다. 사람들은 ‘단자쿠(短冊)’라는 길쭉한 색종이에 사랑과 건강, 학업과 행복 등 저마다의 소원을 적어 대나무나 조릿대에 매답니다.

결국 같은 두 별을 바라보면서 중국은 오래된 사랑과 그리움을 시로 남겼고, 우리는 오작교와 비에 정과 한을 보탰으며, 일본은 그 별 아래 저마다의 소원을 매달았습니다.

조금씩 모습은 달라도 그 이야기의 한가운데에는 하나의 마음이 흐릅니다.

기다림입니다.

그리고 다시 우리의 오작교로 돌아와 봅니다.

일 년을 기다린 칠석날, 마침내 까치와 까마귀가 은하수 위에 다리를 놓습니다. 견우는 이쪽에서, 직녀는 저쪽에서 서로를 향해 걸어갑니다.

문득 궁금해집니다.

오작교 한가운데에서 마침내 마주친 두 사람은 무슨 말을 했을까요.

보고 싶었다고, 잘 지냈느냐고, 얼마나 그리웠는지…. 일 년 동안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마음속으로 수없이 되뇌고 또 되뇌었겠지요.

그런데 막상 얼굴을 마주하고 나면 아무 말도 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그저 바라보았겠지요. 지난해보다 조금 달라진 얼굴도 보고, 눈가에 내려앉은 세월도 보고, 어쩌면 말없이 서로의 손부터 잡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을 테니까요. 이 만남이 오래가지 못하고, 조금 있으면 다시 은하수 양쪽으로 돌아가 또 한 해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오작교는 참 묘한 다리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보고 싶은 사람에게 데려다주는 ‘만남의 다리’이면서, 그 다리를 건너는 순간부터 다시 헤어질 시간이 가까워지는 ‘이별의 다리’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두 사람은 해마다 그 다리를 건넙니다. 다시 헤어질 것을 안다고 해서 만나지 않을 수는 없었겠지요.

어쩌면 우리네 인연도 그렇습니다. 부모와 자식도, 형제도, 벗도, 사랑하는 사람도 영원히 곁에 머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함께할 수 있는 오늘이 더 귀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견우와 직녀에게는 일 년을 기다려 얻은 단 하루였습니다. 우리에게는 어쩌면 그 하루가 바로 오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칠석은 나흘 전에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오작교는 꼭 음력 7월 7일에만 놓이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먼저 건네는 안부 한마디가 오작교가 되고, 미뤄두었던 전화 한 통이 다리가 되며, 오래 마음에 두었던 “고맙습니다”라는 말 한마디가 서로의 은하수를 건너는 다리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다시 헤어질 것을 안다고 해서 만나지 않을 수는 없고, 언젠가 헤어진다고 해서 오늘의 인연까지 아끼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니 아직 서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 아직 같은 하늘 아래 걸어갈 수 있을 때…. 우리도 마음속에 작은 오작교 하나쯤 놓아보면 어떨까요.

일 년에 단 하루가 아니라,

바로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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