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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밥퍼, 1,500만 그릇의 기적…청량리서 감사축제

2026-09-10 17:50 | 입력 : 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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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8년 청량리역 ‘밥 한 그릇’에서 시작…올해 6월 누적 1,500만 그릇 돌파
* 홀몸 어르신 1,400여 명·자원봉사자 100여 명 한자리…대형 비빔밥으로 나눔 되새겨
* 최동민 “갈등의 중심에서 통합의 중심으로”…우원식·송영길·유덕열도 축하


38년 전 청량리역에서 허기진 어르신에게 건넨 밥 한 그릇이 1,500만 그릇으로 이어졌다.

사회복지법인 다일복지재단(대표이사 최일도)은 10일 오전 서울 청량리 밥퍼나눔운동본부에서 ‘밥퍼 1,500만 그릇 돌파 감사축제’를 열고 지난 38년간 밥퍼와 함께한 후원자와 자원봉사자, 지역사회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홀몸 어르신 1,400여 명과 자원봉사자 100여 명 등 1,500여 명이 함께해 밥퍼가 걸어온 나눔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한 그릇의 밥’ 38년 만에 1,500만 그릇

밥퍼나눔운동은 1988년 11월 11일 청량리역 광장에서 굶주린 한 어르신에게 밥 한 그릇을 건넨 데서 시작됐다.

이후 2006년 300만 그릇, 2014년 700만 그릇, 2017년 1,000만 그릇을 넘어섰고, 올해 6월 말 마침내 누적 1,500만 그릇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단순히 한 끼 식사를 제공한 숫자를 넘어 38년 동안 수많은 후원자와 자원봉사자들이 청량리 현장을 지켜온 시간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이날 밥퍼나눔운동본부 앞마당에는 이른 시간부터 주황색 앞치마를 두른 자원봉사자들이 음식을 준비했고, 긴 식탁에는 행사장을 찾은 어르신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최일도 “밥이 평화다, 밥이 답이다…이제는 생존에서 존엄으로”

최일도 목사는 이날 참석자들과 함께 “밥이 평화다, 밥이 답이다, 밥부터 나누세”라는 밥퍼의 구호를 외치며 1,500만 그릇의 의미를 되새겼다.

최 목사는 1,500만이라는 숫자 자체보다 그 밥을 먹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엄과 생명의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밥퍼가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는 무료급식소를 넘어 어려운 이웃을 인간답게 대접하는 공간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최 목사는 “38년 전 청량리역에서 시작한 한 그릇의 밥이 오늘 1,500만 그릇이 됐다”며 “이 모든 것은 이름 없이 함께해 온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들의 사랑이 만든 기적”이라고 말했다.

최동민 “갈등의 중심에서 통합의 중심으로”

최동민 동대문구청장은 “한 분의 작은 실천으로 시작된 나눔의 운동이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나눔과 공동체의 상징이 됐다”며 “1,500만 그릇은 그만큼의 따뜻한 마음이 맺은 결실”이라고 축하했다.

이어 그동안 밥퍼를 둘러싸고 여러 갈등이 있었던 점을 언급하며 “이제는 이곳이 갈등의 중심에서 통합의 중심이 되도록 함께 협력하고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행사에서는 동대문구가 밥퍼의 낡은 화장실을 새로 조성하기로 했다는 내용도 전해졌다. 김동호 목사는 “동대문구청에서 화장실을 지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들었다”고 소개했다.

최 구청장이 취임 이후 공식석상에서 ‘갈등의 중심’을 ‘통합의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향후 밥퍼 문제 해결 과정이 주목된다.

이날 행사에는 최동민 동대문구청장을 비롯해 유덕열 전 동대문구청장, 이의안 서울시의원, 이주환 동대문구의회 행정기획위원장, 서정인 복지건설위원장, 노연우·김채환 구의원과 주정·임기택·김란희 등 동대문구 관내 새마을금고 이사장 등 지역 인사들도 참석해 1,500만 그릇 돌파를 함께 축하했다.


송영길 “돈도 마음도 흘러야 사회가 건강해진다”

송영길 의원은 최일도 목사가 38년 동안 한길을 걸어온 데 의미를 부여하며 밥퍼의 1,500만 그릇 돌파를 축하했다.

송 의원은 “최일도 목사님의 이름 ‘일도’가 한길이라는 뜻인데 정말 한길로 걸어오셨다”며 “저도 영원히 같은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마음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라 물심양면으로 함께해야 한다”며 “돈도 흐르고 마음도 흘러야 한다. 피가 잘 흘러야 몸이 건강하듯 우리 사회도 나눔을 통해 건강해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최일도 목사는 이에 앞서 코로나19 시기 송 의원이 국회의원 세비의 25%를 밥퍼 등에 후원해 왔다고 소개하며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우원식 “38년 전 한 그릇이 1,500만 그릇…역사적인 기적”

우원식 의원도 38년 전 청량리역에서 시작된 밥퍼의 역사를 되짚었다.

우 의원은 “38년 전 청량리역을 가다가 쓰러져 있는 분에게 설렁탕 한 그릇을 대접하고, 다시 찾아가 라면을 끓여드리던 일이 1,500만 그릇으로 이어졌다”며 그 의미를 강조했다.

이어 밥퍼를 찾는 어르신들과 봉사자들을 향해 “여러분을 잘 모시는 일이 세상을 구하는 일”이라며 “최일도 목사를 비롯한 많은 봉사자들이 함께 만들어 낸 역사적인 기적의 현장에 온 것을 영광스럽고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일도 목사와 “끝까지 손잡고 함께 가겠다”며 앞으로도 밥퍼의 나눔 활동에 동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덕열 “밥퍼, 철거 대상 아닌 동대문의 나눔 명소 돼야”

유덕열 전 동대문구청장은 밥퍼와 3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온 지역 인사답게 그동안의 우여곡절을 언급했다.

유 전 구청장은 “38년 전 밥 한 그릇을 나눠드리기 시작해 오늘 1,500만 그릇이 됐다”며 “앞으로 2,000만 그릇, 2,500만 그릇, 3,000만 그릇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축하했다.

이어 지난 수년간 밥퍼 건물을 둘러싼 서울시·동대문구와의 소송과 철거 논란을 언급하며 최일도 목사와 관계자들이 겪은 어려움을 되짚었다.

유 전 구청장은 자신이 서울시의원 시절부터 밥퍼와 인연을 맺어 약 31년간 현장을 찾아왔다며, 지역사회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가진 것을 나누는 문화가 더욱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밥퍼가 동대문의 ‘혐오시설’이나 철거 대상으로 인식돼서는 안 되며, 오히려 외국인들도 찾아와 봉사하고 나눔을 체험하는 지역의 명소로 발전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박상원 “1,500만 그릇에 38년의 여정”…간미연 신임 홍보대사 위촉

오랜 기간 밥퍼와 함께한 이들을 위한 특별한 시간도 마련됐다.

35년간 다일공동체 홍보대사로 활동해 온 배우 박상원은 1,500만 그릇 돌파를 축하하며 가수 간미연을 다일공동체 신임 홍보대사로 소개했다.

간미연은 위촉 후 “이곳으로 이끌어주신 하나님께서 저를 통해 하실 일이 기대된다”며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또 23년 전 노숙 생활 중 밥퍼를 찾아온 뒤 봉사자로 변신해 23년간 밥퍼 식당을 지켜온 이광현 씨를 비롯해 지순자·이인호·한군자 씨, 오랜 기간 ‘빵퍼’ 봉사를 이어온 대한간호조무사협회와 곽지연 회장 등에게 감사패가 전달됐다.

초대형 비빔밥에 담은 ‘함께 살아온 38년’

행사의 절정은 ‘1,500만 그릇 대형 비빔밥 퍼포먼스’였다.

특별 제작된 커다란 나무그릇에 흰밥과 여러 색깔의 재료를 담고 가운데 ‘1,500만 그릇 2026’이라는 글자를 새겼다.

참석자들은 대형 주걱을 함께 잡고 비빔밥을 섞으며 1,500만 그릇 돌파의 기쁨을 나눴다.

각기 다른 빛깔과 맛을 가진 재료가 한 그릇에 어우러지듯 지난 38년간 후원자와 자원봉사자, 홀몸 어르신과 시민들의 마음이 모여 오늘의 1,500만 그릇을 만들었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날 처갓집양념치킨은 치킨 300마리, 1,500인분을 마련했고 제주에서는 행사 날짜인 9월 10일의 의미를 담은 오메기떡 9,100개가 도착했다. 네츄럴푸드는 설렁탕을 후원했으며 대한간호조무사협회도 빵 1,500개를 준비해 어르신들에게 나눴다.

“이제는 생존에서 존엄으로”

다일복지재단은 1,500만 그릇 돌파를 또 하나의 출발점으로 삼아 밥퍼를 단순한 무료급식 공간에 머물게 하지 않고 홀몸 어르신의 일상과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사랑의 쉼터’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고독사와 치매 예방을 위한 돌봄 활동을 강화하고, 다음 세대가 나눔과 섬김을 직접 배우고 실천하는 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갈 방침이다.

최일도 목사는 “1,500만이라는 숫자보다 더 소중한 것은 밥을 드신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엄성과 생명의 가치”라며 38년간 함께해 온 후원자와 자원봉사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전했다.

1988년 청량리역에서 시작된 작은 밥상은 38년을 흘러 1,500만 그릇의 식탁이 됐다.

그리고 지난 몇 년간 갈등의 한복판에 서 있던 밥퍼가 이제 ‘생존에서 존엄으로’, ‘갈등에서 통합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지 지역사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동대문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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