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가 끝났다. 누군가는 환호했고, 누군가는 아쉬움을 안고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하지만 선거는 승패만으로 남는 것이 아니다. 선거가 끝나도 지역은 그대로 남고, 주민들의 삶도 계속된다. 그래서 때로는 당선보다 선거가 끝난 뒤의 모습이 더 오래 기억되기도 한다.
기초의원 선거는 특히 그렇다.
여러 명을 뽑는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됐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 선거구에서 4~5명의 의원을 선출해도, 거대 양당이 각각 2~3명의 후보를 공천하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군소정당이 의회에 진출하기란 여전히 쉽지 않다.
유권자의 선택 환경도 만만치 않다. 지방선거에서는 서울시장, 구청장, 교육감, 서울시의원, 구의원, 서울시 비례대표, 구의원 비례대표까지 모두 투표해야 한다. 좁은 기표소 안에서 여러 장의 투표용지를 받아 수많은 후보를 비교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결국 후보 개인보다 정당을 보고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이는 군소정당 후보들에게 또 하나의 높은 벽이 된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당 박지하 후보 역시 그 벽을 넘지는 못했다.
박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박카스'를 모티브로 한 이색 유세로 주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익숙한 피로회복제 이미지를 활용한 선거운동은 거대 정당 중심의 선거판 속에서도 적지 않은 화제를 낳았고, 군소정당 후보로서 자신만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그러나 결과는 냉정했다.
그럼에도 선거가 끝난 뒤의 모습은 오히려 더 인상적이다.
박 후보는 최근 진보당 동대문구 지역위원회 당원 20여 명과 함께 지역 곳곳을 돌며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줍는 '줍깅' 활동을 진행했다. 낙선 직후 주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다시 거리로 나온 것이다.
박 후보는 SNS를 통해 "지방선거가 끝나고 진보당 당원들과 첫 줍깅을 했다"며 "'찍었는데 아쉽다', '끝났는데도 열심히 한다', '4년 뒤에는 진보당을 찍어줄 테니 꾸준히 하라'고 말씀해 주시는 주민들을 많이 만났다"고 전했다.
이어 "진보당 동대문구 지역위원회는 앞으로도 매주 토요일 점심마다 동네 꽁초 줍깅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깨끗한 동대문구를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선거는 끝났지만 정치는 끝나지 않는다. 당선자는 의회에서 주민을 위해 일하고, 낙선자는 다시 주민 속에서 자신의 진심을 증명한다.
화려한 당선 소식은 시간이 지나면 잊히기 쉽다. 하지만 결과에 승복하고 주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다시 골목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오래 남는다.
정치의 품격은 승리의 순간보다 패배를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드러난다는 말이 있다.
박지하 후보의 조용한 줍깅은 거창한 정치적 구호도, 요란한 행보도 아니다. 그저 선거 전과 마찬가지로 주민 곁에 남겠다는 약속의 연장선일 뿐이다.
그래서일까.
이번 선거에서 박지하 후보는 당선되지 못했지만, 그의 뒷모습만큼은 아름답게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