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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 너를 어쩌면 좋으냐

2026-06-28 11:28 | 입력 : 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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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것보다 더 부끄러운 것은 지고도 배우지 않는 일이다"



이번 북중미 FIFA 월드컵을 보며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이름조차 낯설었던 나라들이 세계 무대에서 당당하게 자신들의 축구를 펼쳤습니다. 화려한 스타보다 조직력과 투지, 치밀한 전술로 강호들과 맞서는 모습을 보며, 축구는 더 이상 몇몇 강국만의 무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축구는 어떻습니까.

프로리그를 운영하고, 선수들의 몸값은 천문학적이며, 축구협회와 국가대표팀에는 막대한 관심과 지원이 이어집니다. 그만한 투자와 환경이라면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보여주는 것이 당연한 기대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거리가 멀었습니다.

패배는 있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 진 것 자체를 탓하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지고도 무엇이 잘못됐는지 냉정하게 돌아보지 않는 문화입니다.

더 답답한 것은 비판이 나오면 곧바로 "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로 분위기를 덮으려는 모습입니다.

노력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노력과 평가는 다른 문제입니다. 비판을 내부총질로 여기고,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조직은 결코 성장할 수 없습니다.

이번 대회는 더욱 아쉬웠습니다.

마땅히 비겨도 되는 경기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는 운영 방식부터 달라야 합니다. 상대에 따라 전술과 선수 기용, 경기 운영이 달라져야 하는데 그런 전략적 유연성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결국 대한민국은 32강 진출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 채 다른 나라 경기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국민들은 마지막까지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다른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했습니다.

국가대표팀의 운명을 남의 결과에 맡겨야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냉정한 분석과 성찰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28일, 그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졌습니다.

이런 상황을 단순히 "졌지만 잘 싸웠다."는 한마디로 정리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 이런 모습은 축구에만 있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여러 조직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봅니다.

정치도 예외가 아닙니다.

비판이 나오면 내용을 돌아보기보다 누가 비판했는지부터 따지고, 문제 제기를 편 가르기나 내부총질로 몰아가는 문화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정치든 축구든 비평을 두려워하는 순간 발전은 멈춥니다.

비판은 조직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조직을 살리는 예방주사입니다.

쓴소리를 듣지 않는 조직은 결국 자기 만족에 빠지고, 자기 만족은 결국 퇴보를 낳습니다.

역사는 수없이 증명해 왔습니다.

비판을 거부하고, 반성을 외면하며, 기득권만 지키려 했던 조직은 결국 쇠퇴했습니다.

축구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봉합이 아니라 혁신입니다.

투자 대비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 선수 육성부터 지도자 선발, 협회 운영, 전술 철학, 책임 구조까지 처음부터 다시 점검해야 합니다.

2002년 히딩크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유산은 4강 신화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이름보다 실력을 선택했고, 관행보다 원칙을 택했으며,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고 한국 축구의 체질을 바꾸려 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축구에 필요한 것도 또 하나의 히딩크가 아니라 히딩크 정신입니다.

국민은 완벽한 승리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패배를 인정하고, 책임질 사람이 책임지고, 실패를 다음 성공의 밑거름으로 만드는 모습을 보고 싶을 뿐입니다.

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지고도 배우지 않는 것이 부끄러운 일입니다.

대한민국 축구가 다시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길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자세, 그리고 기득권보다 변화를 선택하는 결단.

그것이 대한민국 축구가 다시 뛰어야 할 진짜 출발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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