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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백중날…호미를 씻고, 사람도 쉬어가던 날」

2026-08-26 16:19 | 입력 : 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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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력 7월 15일, 조상을 기리고 한여름 농사일의 고단함을 내려놓았던 날
* 우란분재에서 ‘머슴의 생일’까지…백중에 담긴 효와 쉼, 나눔의 의미

내일은 음력 7월 15일, 백중(百中)입니다. 요즘에는 백중이라 하면 사찰의 행사를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지만, 옛 농촌에서 백중은 손꼽아 기다리던 여름 명절이었습니다. 세벌김매기를 마치고 잠시 한숨을 돌리는 때라 이날만큼은 호미를 씻어 걸어두고 술과 음식을 나누며 하루를 쉬었습니다.

그래서 백중에는 여러 이름이 따라다닙니다. 백종(百種), 중원(中元), 망혼일(亡魂日), 호미씻는 날, 머슴날, 심지어 ‘머슴의 생일’이라고도 했습니다. 이름 하나하나에 당시 사람들의 삶과 풍속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백중의 또 다른 뿌리에는 부모를 향한 간절한 마음이 있습니다. 불가(佛家)에는 부처의 제자 목건련(目犍連·목련존자)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신통력이 뛰어났던 목건련이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찾아보니 아귀도(餓鬼道)에 떨어져 굶주림의 고통을 겪고 있었습니다. 아들은 어머니에게 음식을 드리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고, 결국 부처에게 어머니를 구할 방법을 간청합니다.

부처는 수행을 마친 청정한 스님들에게 음력 7월 15일 음식과 과일 등을 공양하고 그 공덕으로 부모와 조상을 위해 복을 빌도록 가르쳤다고 전합니다. 목건련은 그 가르침을 따랐고, 어머니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했다는 것이 우란분재(盂蘭盆齋)에 얽힌 대표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백중은 살아 계신 부모에게는 효를 생각하고, 세상을 떠난 부모와 조상에게는 그 은혜를 되새기는 날이라는 의미도 갖게 됐습니다. 불교가 융성했던 신라와 고려에서는 우란분회가 널리 행해졌고,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점차 사찰 중심의 의례로 이어졌습니다.

민간에서는 백중을 ‘망혼일(亡魂日)’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햇과일과 음식을 마련해 돌아가신 부모와 조상을 기리고, 새로 난 곡식이나 과일을 먼저 올리는 천신(薦新)의 풍속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들녘으로 나오면 백중의 모습은 한층 흥겨워집니다. 봄부터 모내기하고 세벌김매기까지 마친 농사꾼들에게 백중은 모처럼 허리를 펴는 날이었습니다. 특히 머슴들에게는 ‘백중빔’이라 하여 새 옷을 마련해주거나 돈과 휴가를 주어 장터에 나가 하루를 즐기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생긴 이름이 ‘머슴의 생일’입니다.

백중장이 서면 술과 음식이 넘치고 농악이 울렸습니다. 씨름판이 벌어지고 들돌을 들어 힘을 겨루기도 했습니다. 그해 농사를 잘 지은 머슴을 뽑아 소에 태우고 마을을 돌며 그동안의 수고를 치하하는 풍속도 있었습니다.

농사에 사용했던 호미를 깨끗이 씻어 걸어두고 잔치를 벌였으니 ‘호미씻이’ 또는 ‘세서연(洗鋤宴)’이라고도 했습니다. 경기도에서는 ‘호미걸이’, 경상도에서는 ‘풋굿’, 전라도에서는 술과 음식을 나누는 ‘술멕이’, 강원도에서는 김매기를 마친 뒤 ‘질먹기’ 등을 하며 한여름의 피로를 풀었습니다. 오늘날에도 밀양백중놀이 같은 전통 속에 당시 백중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결국 백중은 불가에서는 부모와 조상을 생각하는 날이었고, 농촌에서는 땀 흘려 일한 사람을 쉬게 해주는 날이었습니다.

죽은 이를 잊지 않고, 살아 있는 이의 수고도 잊지 않았던 날인 셈입니다.

그래서 “백중날은 논두렁 보러 안 간다”는 속담도 전합니다. 논에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닐 겁니다. 가을걷이가 남아 있었고 내일부터는 또 해야 할 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날만큼은 일을 찾아다니지 않았습니다.

호미를 씻어 걸어두고 사람부터 쉬게 했습니다.

바다에서는 백중을 전후해 ‘백중사리’라 불리는 큰 사리 때를 맞습니다. 음력 보름 무렵에는 달과 태양의 인력 영향으로 조수간만의 차가 커지는데, 백중 무렵에는 특히 높은 조위가 나타나는 시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해안 저지대 침수나 월파 등에 주의해야 하고, 바다낚시나 갯바위 활동을 할 때도 물때와 기상 상황을 세심하게 살펴야 합니다.

오늘날 백중은 예전처럼 온 마을이 장터에 모여 씨름하고 풍물을 울리는 큰 명절은 아닙니다. 두레가 사라지고 농촌의 모습이 변하면서 백중 역시 우리 기억에서 조금씩 멀어졌습니다.

하지만 그날에 담긴 마음까지 사라질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부모와 조상을 기억하고, 한철 땀 흘린 사람에게 하루를 쉬게 하고, 음식을 함께 나누며 서로의 수고를 위로했던 날. 생각해보면 꽤 따뜻한 명절입니다.

내일은 백중날입니다. 옛사람들이 호미를 씻어 걸어두었던 것처럼 우리도 잠시 손에 쥔 것을 내려놓고 주변을 한번 돌아보면 어떨까요.

함께 고생한 사람에게는 “수고하셨습니다.” 곁을 지켜준 사람에게는 “고맙습니다.” 그리고 쉼 없이 달려온 자신에게도 한마디쯤 건네보는 겁니다.

“오늘 하루는 좀 쉬어가도 괜찮습니다.”

호미도 씻어 걸어두었던 날인데, 사람이라고 잠시 쉬어가지 못할 까닭이 있을까요.

내일은 백중날입니다.

그림 출처  ChatGPT 힘을 빌렸습니다
▲그림 출처 / ChatGPT 힘을 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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