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1867)는 전기와 자기의 관계를 밝히며 현대 전기문명의 토대를 놓은 영국의 과학자입니다. 전자기 유도를 발견했고, 그의 연구는 훗날 발전기와 전동기 등 전기를 만들어 쓰는 기술이 발전하는 데 중요한 과학적 토대가 됐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사용하는 전기문명 뒤에도 그의 발견이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위대한 과학자의 출발은 화려한 대학이나 연구실이 아니었습니다. 넉넉한 집안에서 태어난 것도, 좋은 학교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가난한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충분한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고, 열네 살 무렵 런던의 한 제본소에서 견습공으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 남이 쓴 책을 묶던 청년
그의 일은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남이 쓴 책을 묶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매일 책을 만지다 보니 어느 날부터 그 책 속에 담긴 세상이 궁금해졌던 모양입니다.
틈틈이 책을 읽었고 특히 과학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읽다가 궁금한 것이 생기면 스스로 공부하고 작은 실험도 해보았습니다.
어쩌면 그의 인생을 바꾼 것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아주 작은 궁금증 하나였는지도 모릅니다.
“왜 그럴까?”
그 질문이 제본공의 손에서 시작됐습니다.
*책 한 권을 들고 과학자를 찾아가다
패러데이는 당시 저명한 화학자 험프리 데이비의 강연을 들을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는 강연 내용을 꼼꼼하게 받아 적고 그림까지 곁들여 정리한 뒤 한 권의 책처럼 제본해 데이비에게 보냈습니다. 과학의 세계에서 일하고 싶다는 뜻도 함께 전했습니다.
오늘날로 치면 학벌도 경력도 변변치 않은 젊은이가 자신이 공부한 노트 한 권을 들고 당대 최고의 과학자를 찾아간 셈입니다.
그렇다고 곧바로 과학자가 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왕립연구소에서 데이비의 실험을 돕는 조수로 출발했습니다. 실험기구를 준비하고 정리하며 하나씩 배우고 또 실험했습니다.
그 작은 출발은 훗날 전자기 유도의 발견으로 이어졌고, 책을 묶던 가난한 청년은 과학의 역사를 바꾼 인물이 되었습니다.
*만약 그가 책장을 덮었다면
패러데이의 삶을 들여다보다 보면 그의 위대한 발견보다 오히려 이런 생각이 먼저 듭니다.
만약 그가 제본소에서 책을 묶으며 “나는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는데 뭘….” 하고 책장을 덮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데이비의 강연을 듣고도 “저런 사람과 나는 사는 세계가 다르지.” 하며 돌아섰다면 어땠을까요.
그의 앞에 처음부터 잘 닦인 길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궁금해서 책 한 장을 넘겼고, 또 궁금해서 한 걸음 더 내디뎠습니다.
그렇게 작은 한 걸음들이 모여 그의 길이 되었습니다.
*사람은 언제부터 늙는 것일까
우리도 살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 전에 나이부터 세어보게 됩니다.
“이 나이에 뭘….”
젊었을 때는 시간이 많은 줄 알았고, 나이가 들면 이제 시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누구나 새로운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평생 하던 일을 계속해도 좋고, 새로운 것을 배워도 좋고, 이제는 조금 쉬어가도 좋겠지요.
다만 마음 한구석에는 아직 해보고 싶은 것이 남아 있는데, 나이라는 숫자 때문에 스스로 문부터 닫아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돌아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패러데이의 삶을 바라보다 보면 질문 하나가 남습니다.
사람은 언제부터 늙는 것일까요.
머리가 희어지는 날일까요. 걸음이 느려지는 날일까요. 예전보다 힘이 떨어지는 날일까요.
아니면 어느 날,
“이제 와서 뭘….”
하며 스스로 궁금증의 문을 닫아버리는 순간부터일까요.
얼마나 많이 배웠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것을 이루었느냐보다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은 아직 내게도 “왜 그럴까?” 하고 궁금해지는 것이 하나쯤 남아 있는가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패러데이가 제본소에서 넘겼던 책 한 장처럼, 우리에게도 아직 넘겨보지 않은 다음 장이 남아 있을지 모릅니다.
그 다음 장에 무엇이 쓰여 있을지는….
넘겨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