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민간투자사업 월릉IC 램프A(Ramp-A) 진입시설 변경안을 내놓았지만, 이문동 주민 500여 명이 진입시설 위치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 달라는 다수민원을 서울시와 동대문구에 제출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논란은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 전체보다는 이문동 중랑천변에 들어서는 민간투자사업 월릉IC 램프A 진입시설의 위치와 설계가 주민 생활환경에 미칠 영향을 둘러싼 문제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민간투자사업은 강남구 청담동 삼성IC에서 성북구 석관동 월릉IC까지 10.4㎞ 구간에 왕복 4차로 소형차 전용 지하도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2024년 5월 승인된 실시계획에 따르면 총사업비는 9,874억원, 총투자비는 1조2,847억원이며 사업시행자는 동서울지하도로㈜다. 운영기간은 운영개시일로부터 30년이다.
월릉IC 램프A 진입시설 계획이 알려진 뒤 이문동 주민들은 중랑천변 산책로와 수목 훼손, 학생 통학과 보행 안전, 공사 중 안전, 소음과 주거환경 변화 등을 우려하며 진입시설 위치 재검토를 요구해 왔다.
동대문구 역시 앞서 주민 민원에 대한 공식 답변 등을 통해 월릉IC 램프A 위치 변경과 주민 불편 해소 문제를 서울시에 전달해 왔다. 동대문구가 공개한 관련 민원 답변에서도 월릉IC 램프A 설치가 서울시가 추진하는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의 일환임을 밝히고 주민의 위치 변경 요구를 검토한 사실이 확인된다.
월릉IC 램프A 진입시설 공사는 이후 약 1년간 보류됐다. 다만 주민들은 이 기간 서울시 등과 주민 간에 대안 마련을 위한 지속적인 협의가 이뤄진 사실은 없다며 ‘1년간 협의가 이어졌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지난 7월 이문2동 ‘동민과의 대화’에서도 월릉IC 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다뤄졌다.
당시 최동민 동대문구청장은 주민 질의에 서울시와 동대문구가 기존 산책로와 통행로를 최대한 살리는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공사 구간을 약 170m 이동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이후 제시된 변경설계안에는 기존 계획보다 터널 진입시설을 중랑천 방향으로 약 6m 옮기고 구조물 일부를 북측으로 조정하는 한편, 한천로 차로 폭을 일부 줄여 대체 산책로를 확보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서울시 건설알림이에는 8월 8일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민간투자사업(4공구) 월릉IC Ramp-A 변경설계 관련 협조 요청’, 8월 29일 ‘월릉IC Ramp-A 변경설계 관련 업무 협의 의견 송부’ 등 관련 행정절차가 진행된 사실이 확인된다. 다만 해당 문서들은 부분공개돼 있어 문서 제목만으로 구체적인 협의 내용과 참여 주체까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7월 언급된 ‘공사구간 약 170m 이동’과 이후 변경안의 ‘중랑천 방향 약 6m 이동’이 각각 설계상 어느 시설과 지점, 방향을 의미하는지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두 수치가 종방향과 횡방향 등 서로 다른 설계 요소를 의미할 가능성도 있어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만으로 ‘170m에서 6m로 축소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서울시가 진입시설 위치와 산책로 등을 조정한 변경안을 제시했지만 주민들의 우려는 해소되지 않았다.
결국 이문동 주민들은 지난 9월 7일 서울시장과 동대문구청장에게 각각 ‘다수민원 신청서’를 제출했다.
민원서에는 대표신청인 외 504명이 연명한 것으로 기재돼 있으며, 500여 명의 주민이 이번 민원에 참여했다.
주민들은 서울시가 제시한 변경설계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다른 대안을 마련해 다시 협의해 달라고 요구했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기존안의 일부 보완이나 안전대책 추가가 아니라 기존 산책로와 수목을 그대로 보존하고 진입시설 위치 자체를 다시 검토하는 것이다.
특히 주민들은 지반조사와 현황측량을 비롯해 수목 제거와 산책로 철거 등 공사로 이어질 수 있는 후속 절차를 중단하고, 다른 대안을 마련해 주민들과 다시 협의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문동 중랑천변 산책로가 20년 넘게 주민들의 산책과 운동·휴식공간으로 이용됐고 어린이들의 통학로 역할도 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소음 문제와 관련해서도 주민들은 현재 동부간선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기준치를 초과하고 있다는 근거자료가 있으며, 이미 서울시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이를 민원에 제시했다고 밝혔다.
교통안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주민들은 이문동 주거지역이 경원선 철도와 중랑천 사이에 위치하고 한천로가 주변 지역과 연결되는 주요 도로인 만큼, 주변 교통체계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차로를 줄이거나 도로 구조를 변경할 경우 교통 혼잡과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또 이번 요구가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 전체를 반대하거나 사업 자체를 지연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대상은 민간투자사업 구간의 월릉IC 램프A 진출입시설 위치와 설계이며, 오히려 재정사업 구간을 조속히 추진해 민자사업 진출입로 설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검토해 달라는 입장이다.
동부간선도로 지하화는 민간투자사업과 재정사업으로 나눠 추진돼 왔으며, 삼성IC~월릉IC 10.4㎞ 구간은 민간투자사업에 해당한다. 서울시의회 자료에서도 민자구간과 재정사업 구간이 구분돼 있으며, 민자사업은 건설·이전·운영 방식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설명돼 있다.
서울시의 2026년 주요 업무계획에도 민자구간의 군자·월릉IC에 대해서는 ‘주민의견 반영 후 본격 공사 추진’ 방침이 명시돼 있다.
이에 주민들은 민자도로의 조속한 개설 필요성과 기존 녹지·산책로 보존, 학생 통학과 보행 안전 등 여러 가치 가운데 어떤 방안이 주민 전체의 공익적 가치를 보다 충실하게 확보할 수 있는지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번 사안의 핵심은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 전체의 찬반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월릉IC 램프A 진입시설을 현재 변경설계안대로 추진할 것인지, 기존 녹지와 산책로·통학환경을 보존할 수 있는 다른 위치와 설계 대안이 가능한지를 놓고 서울시와 주민들이 접점을 찾는 데 있다.
특히 주민 500여 명이 변경안의 재검토를 요구한 만큼 서울시가 향후 주민들의 요구에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동대문구가 주민 의견을 서울시에 어떻게 전달하고 협의해 나갈지가 주목된다.
동대문이슈는 동대문구에 이번 다수민원에 대한 입장과 향후 주민 의견 전달·협의 계획 등을 질의했으며, 답변이 오는 대로 반영할 예정이다.
[동대문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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