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는 멋진 계획과 행사는 넘치지만, 그 계획이 실제로 작동하게 하는 기준과 데이터는 의외로 부족합니다. 첫 100일은 사진 찍는 일보다 기준을 세우는 일에 시간을 썼습니다.”
오중석 서울시의원(동대문구 제2선거구)이 등원 100일을 맞아 주택·교통·안전·환경 분야의 제도 개선과 지역 현안 해결을 주요 의정활동 과제로 제시했다.
오 의원은 동대문이슈와의 특별서면인터뷰에서 지난 4년의 정치적 공백기를 주민들의 삶을 이해하는 시간으로 평가했다.
그는 “경로당과 원룸촌 골목, 입주 예정 주민들의 모임에서 들은 이야기들이 지금 의회에서 하는 질문의 전부”라며 “동대문구를 제대로 챙겨야 서울 전체가 보이고, 서울이 보여야 나라 전체가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보좌진과 구의원, 시의원, 민간기업 임원, 협회 정책위원 등을 거친 오 의원은 주택과 교통, 안전, 환경, 일자리 문제를 개별 정책이 아닌 서로 연결된 과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00일 동안 조례 10건의 제·개정을 추진했으며, 이 가운데 동물보호 조례 개정안은 의결됐고 나머지 9건은 공동발의를 위한 연서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SH 매입임대주택 화재안전 문제를 제기해 2029년 상반기까지 소화설비를 보급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이문·휘경 일대 대규모 입주에 따른 학교·교통시설 부족, 청년 주거 불안, 전통시장 화재안전, 건축물 데이터 표준화, 탄소중립 정책 등을 앞으로 해결할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다음은 오중석 의원과의 특별서면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4년 만에 다시 서울시의회에 입성했습니다. 지난 100일의 소감은 어떻습니까?
“4년 전 낙선하고 동네에 남아 지냈던 시간이 참 길었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니 그 4년이 제게는 가장 좋은 공부였습니다.
경로당에서, 원룸촌 골목에서, 입주를 앞둔 분들의 모임에서 들은 이야기들이 지금 제가 의회에서 하는 질문의 출발점입니다.
청년 시절 10년 가까이 국회 보좌진으로 일했고, 구의원과 시의원을 거쳐 다시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동안 보고 배운 것은 결국 모든 것을 함께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택만 보면 교통이 막히고, 교통만 보면 사람이 빠집니다.
서울시에는 계획과 행사는 많지만 정책을 실제로 움직이게 하는 기준과 데이터가 부족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첫 100일은 사진 찍는 일보다 기준을 세우는 일에 시간을 썼습니다.
당장은 눈에 잘 띄지 않더라도 10년 뒤에 남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 첫 100일 동안 가장 관심을 기울인 의정활동은 무엇입니까?
“조례 10건을 추진했습니다. 동물보호 조례 개정안은 통과됐고 나머지 9건은 동료 의원들의 연서를 받고 있습니다.
그중 절반이 일터에 관한 조례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 조직 내 성희롱·성폭력, 노동행정 조사 대상자 권익 보호, 노사민정협의회, ESG 경영 등이 주요 내용입니다.
19년 동안 공인노무사로 일하면서 직장에서 피해를 입고도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의회에 들어와 가장 먼저 손댄 이유입니다.
청량리·경동시장 등 전통시장의 화재안전, 재개발 과정에서 주민과 동물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층 건축물의 자동심장충격기 문제를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20층에서 사람이 쓰러졌는데 AED가 1층에만 있다면 가져오는 사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습니다.
기계가 있어도 필요한 순간에 닿지 않으면 없는 것과 같습니다. 누구나 신속하게 AED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 SH 매입임대주택 화재안전 문제를 제기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업무보고 자료를 보다가 매입임대주택의 절반가량에 스프링클러가 없다는 숫자를 보고 한참을 들여다봤습니다.
그곳에 사는 분들은 대부분 주거 취약계층입니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분들이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질의를 통해 SH로부터 2029년 상반기까지 소화설비를 보급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분들을 저층에 우선 배정하는 방안도 제도화하도록 요구했습니다.
단순히 문제를 지적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약속이 실제로 이행되는지 끝까지 살펴보겠습니다.”
■ 이문·휘경 지역 주민을 위해 서울시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입니까?
“이문·휘경에 1만 세대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새 아파트에 입주하는 분들을 만나면 학교와 어린이집, 주차장 문제부터 물으십니다.
건물은 빠르게 올라가지만 아이들이 다닐 학교와 어르신이 쉴 공간, 출퇴근길 도로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원실에서 입주 일정에 맞춰 동별 교육수요를 분석했습니다. 정비계획을 수립할 때부터 입주 후 인구가 얼마나 늘어나고 학교와 생활시설이 얼마나 필요한지 미리 계산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외대앞역 북측 출입구 설치, 이문로와 신이문로 교통정체, 중랑천과 배봉산을 잇는 산책길 조성도 서울시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 앞으로 가장 먼저 추진할 정책은 무엇입니까?
“소속 상임위원회인 주택공간위원회에서 실질적인 입법 성과를 내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대학가 청년들이 전월세 계약 과정에서 불안해하지 않도록 대학 총학생회와 공인중개사 단체 등과 협력해 전세사기 예방 조례를 추진하겠습니다.
결혼 후 부부 합산 소득 기준 때문에 주거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청년·신혼부부의 사각지대도 개선하고 싶습니다.
시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 정책도 중요합니다.
전기차가 출입하는 공공청사에 화재 초기 대응 장비를 갖추도록 하고, 병원과 요양시설 등 대피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시설에는 화재와 유독가스 확산을 초기부터 제어할 수 있는 설비 도입을 추진하겠습니다.
또 서울형 BIM 표준과 스마트빌딩 인증제, AI 전문인력 양성 등을 통해 건축물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반도 만들고 싶습니다.”
■ 탄소중립 정책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환경정책은 단순히 탄소를 줄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고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드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승강기 회생제동장치, 건물 에너지 효율화, 자원순환, 친환경 수송 전환 등을 통해 서울형 탄소중립 표준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4년 의정활동의 핵심 목표입니다.
승강기 회생제동장치 사업을 추진할 당시에도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라는 이유로 행정적 반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효과를 설명하고 예산을 확보하면서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앞으로는 노후 건물을 정비하거나 가로등을 교체할 때도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식을 선택하도록 제도화하고 싶습니다.
새로운 예산을 무조건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 예산을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의정활동을 하면서 가장 어렵거나 아쉬운 점은 무엇입니까?
“주민의 요구와 공익적 가치가 분명한데도 경직된 행정 구조 때문에 정책이 추진되지 못할 때 가장 아쉽습니다.
재개발사업은 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되지 않아 주민들이 이유도 모른 채 기다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환경과 에너지, 안전 정책도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추진이 어려워지는 일이 있습니다.
새로운 시도를 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담당 공무원이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도 영향을 미칩니다.
공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일하는 공무원을 보호하고 장려하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비해 행정과 사회의 준비가 부족한 점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기술이 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활용되도록 제도적 대응이 필요합니다.”
■ 여야가 함께 어떤 서울시의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의원마다 정당과 생각은 다르지만 주민이 겪는 문제는 당을 가리지 않습니다.
불은 여당 지지자의 집도 야당 지지자의 집도 똑같이 태우고, 전세사기는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묻지 않습니다.
상대 당 의원이 좋은 조례를 발의하면 기꺼이 함께하고, 제 조례에 빈틈이 있다면 지적받고 고쳐야 합니다.
표결에서 이기는 것보다 문제가 실제로 해결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산을 늘리는 것보다 같은 예산을 제대로 쓰게 만드는 것이 의회의 진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끝으로 동대문구 주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선거 때 개인이 아닌 팀으로 휘경·이문의 변화를 만들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팀의 주장은 제가 아니라 주민 여러분입니다. 저는 주민들이 말씀하신 내용을 받아 적고 서울시에 가서 끝까지 묻는 사람입니다.
‘개발의 속도보다 삶의 지속을 먼저 묻는다’는 마음으로 4년을 일하겠습니다.
주택과 건물, 안전과 데이터, 그리고 그 안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함께 살피겠습니다.
동대문에서 검증한 주택정책이 서울의 기준이 되고, 서울의 정책이 전국과 세계가 참고하는 모델로 발전하는 날을 보고 싶습니다.
그 출발점은 결국 우리 동네입니다.”
[동대문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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