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대표 전통문화 축제 청룡문화제가 새로운 도약의 길에 들어섰다.
사단법인 청룡문화제 보존회는 12월 17일 오후 3시 용두동 주민센터 강당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임의단체의 한계를 벗어나 법인격을 갖춘 공식 단체로 출범을 선포했다. 이날 총회에는 김영섭 위원장을 비롯해 160여 명의 회원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으며, 서울특별시에 사단법인 설립 허가를 신청하기 위한 필수 행정 절차가 진행됐다.
청룡문화제는 조선 태종 시절 오방토룡단에서 가뭄 시 기우제를 지내던 ‘동방 토룡제’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일제강점기 문화 말살 정책으로 맥이 끊겼으나, 1991년 용두동 주민들이 뜻을 모아 ‘청룡문화제 보존위원회’를 조직하며 부활했다. 이후 매년 제례와 문화행사를 이어왔고, 1997년부터는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도 수록돼 청소년들에게 지역 전통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왔다.
청룡문화제는 서울시 지역문화특성사업으로 지정돼 예산 지원을 받았으며, 지방자치 시대 이후 동대문구청도 꾸준히 지원을 이어왔다. 특히 동대문구는 2021년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이 지정한 무형유산 도시로 선정돼, 선농대제와 청룡문화제 등 오랜 전통문화를 계승·보호해온 점이 인정됐다. 이번 법인 출범은 이러한 흐름과 맞물려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총회에서는 ▲정관 및 초기 예산안 승인 ▲사무소 설치 ▲이사회 운영 위임 등 9개 안건이 상정·의결됐다. 특히 이종헌 이사가 제공한 용두동 소재 건물을 무상으로 사용하기로 하여, 보존회 사무실을 동대문구 고산자로 28-32, 1층에 두기로 확정했다.
초대 회장에는 김영섭 발기인 대표가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김 회장은 “이번 사단법인 출범을 통해 청룡문화제를 동대문구를 넘어 서울시 대표 전통문화로 육성하고, 후손들에게 당당히 전승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장을 포함해 이사 13명과 감사 2명이 선임되었으며, 회의록 서명위원으로는 김영석, 정재석, 김홍산, 이택희, 이종원, 김운용, 양주환 등 7명이 지정됐다.
보존회는 2026년도 총 예산안을 1억 3,700만 원 규모로 편성했다. 핵심 사업인 청룡문화제 개최에는 약 1억 300만 원이 투입되며, 청소년 대상 ‘내 고장 문화유산 답사 프로그램’을 신설해 500만 원을 배정했다. 또한 정관에 기부금 공시와 인터넷 누리집을 통한 활용 실적 공개 조항을 삽입해, 주민들이 기부 시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주민 참여를 독려하고 재정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다.
사단법인 청룡문화제 보존회는 서울시의 설립 허가가 완료되는 대로 명실상부한 지역 대표 공적 단체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할 예정이다. 35년간 이어온 주민 자치의 노력과 전통 계승의 의지가 제도권 안에서 어떤 한류 문화의 꽃을 피워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