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7일 6·3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주광역시 선거구 4곳에서 광역의원3~4명을 뽑는 중대선거구제와 지난번 선거에서11곳, 이번엔16곳을 추가해27곳을 확정지은 안을 확정했다.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가 확대되면서 제도 변화의 취지와 달리 현장의 혼선과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기존 11곳에서 시범 운영되던 중대선거구가 16곳 추가돼 총 27곳으로 확대됐다. 사표를 줄이고 군소정당의 의회 진입을 확대하겠다는 취지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제도 적용의 일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동대문구의 경우 같은 자치구 내에서도 서로 다른 선거제도가 적용되면서 논란이 집중되고 있다. 동대문구 갑 지역은 기존과 같은 2인 선출 방식이 유지되는 반면, 을 지역은 4~5인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로 운영된다. 동일한 행정구 안에서 선거 방식과 경쟁 구조가 달라지면서 유권자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선거의 기준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의원과 구의원 후보들이 동일 권역에서 겹치듯 활동하게 되면서 유권자 입장에서는 후보 구분조차 어려워지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선거 방식의 차이가 단순한 제도 변화가 아니라 실제 정치 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중대선거구제는 한 명의 의원이 담당해야 할 유권자 수와 지역 범위가 크게 늘어나는 구조지만, 이에 따른 의정활동 여건이나 제도적 보완은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 같은 동대문구 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의원의 역할과 부담이 달라지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입법 과정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선거구 획정은 법정 시한을 넘긴 뒤에야 뒤늦게 마무리됐고, 이번 제도 역시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시범적 입법’ 성격을 띠고 있다. 충분한 검토와 준비 없이 추진된 제도가 현장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는 30일 서울시의회에서는 관련 사안을 다룰 임시회가 예정돼 있다. 이 자리에서 제도의 문제점과 보완 필요성이 논의될 전망이지만, 일각에서는 국회의 이른바 ‘속도 중심 입법’의 결과를 그대로 추인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결국 이번 중대선거구 확대는 개혁이라기보다 준비되지 않은 실험에 가깝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번 제도가 한시적 입법이라면 더 심각하다. 4년 뒤에도 같은 혼란을 반복하겠다는 뜻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제도를 바꿀 용기는 있었지만, 그 결과를 책임질 준비는 없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선거는 실험장이 아니다. 유권자는 시행착오의 대상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기준을 명확히 하고 제도를 안정화하지 않는다면, 이번 변화는 개혁이 아니라 또 하나의 실패로 기록될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과연 제도 설계의 논리대로, 동대문구 을 지역의 유권자들이 군소정당 후보들에게 표를 분산해 새로운 정치 지형을 만들어낼 것인가. 아니면 기존과 같은 선택이 반복되며 제도만 바뀐 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 현실이 이어질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야말로 이번 ‘중대선거구 실험’의 성패를 가를 기준이 될 것이다.